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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슬로우 시티 오르비에토(Orvieto)와 피사(Pisa)의 사탑여행/2022 이탈리아 일주 - 하나투어 2022. 11. 12. 02:48
로마 - 오르비에토 - 피사
2022.11.02 수요일. 시차를 적응하지 못한 채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잠을 잘 자는 편이지만 새벽 3시가 되기도 전에 일어났다. 함께 간 이모들은 새벽 1시부터 깨어났다고 한다.로마는 새벽 1시, 한국은 아침 9시
Mercure 호텔의 조식은 양호했다. 사실 아침밥을 잘 먹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크로와상, 식빵이나 바게트, 버터 그리고 커피만 있다면 충분했다. 여러 가지의 아침 식사와 디저트류가 제공되었다. 해외여행 중 물이나 음식이 바뀌어서 속이 더북거리는 일이 발생하곤 하는데, 호텔마다 플레인 요거트를 제공해주어서 좋았다. 호텔 간의 소음도 없었다. 다만, 한국이나 다른 나라의 4성 호텔을 생각한다면 서비스나 숙소 퀄리티가 많이 떨어진다. 또한, 다른 지역의 호텔을 돌며 이 Mercure 호텔이 그나마 나았고, 와이파이도 빨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로마 숙소에서 약 2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오르비에토로 향했다. 이탈리아에는 버스기사들의 노동 권리를 위해 장거리 운전을 할 때, 2시간에 한번 정도씩 쉬어주어야 하고, 또 하루에 운전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었다. 원래는 2시간이 채 안 되는 거리이지만, 로마 근처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해 40분 정도가 지체되었다. 중간에 처음으로 이탈리아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가볼 수 있었는데, 내부는 미국과 비슷했지만, 이탈리아에만 있는 과자나 물품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LOST DVD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김윤진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잔잔한 반가움이 있었다.
슬로시티(Slow City)를 지향하는 오르비에토는 높은 산에 위치한 중세 도시인데, 중세시대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던 도시였다. 전주 한옥마을도 슬로시티이기 때문에 정겨운 마음이 들었다. 마을에 들어섰을 때, 마치 중세시대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첨단화,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느껴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도 높은 산 위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가설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로는 중세시대 흑사병을 막기 위해 지대가 높은 곳으로 이주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다른 하나는 전쟁이 자주 일어났던 중세 시대, 방어를 목적으로 절벽 위에 도시를 형성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오르비에토에서 정말 아름다웠던 장소가 있었는데, 바로 오르비에토 두오모였다. 한국에서는 두오모 성당이라고 하면 피렌체의 두오모를 뜻하지만, 이 두오모(Duomo)는 대성당을 의미하기 때문에 '오르비에토 두오모'라고 하면, '오르비에토 대성당'을 의미한다고 한다. 1290년부터 300년 동안 건립된 주교좌성당이다. 이 성당은 가톨릭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볼세냐의 기적'을 기리기 위해서 건립되었다.
볼세냐의 기적은 체코 프라하의 베드로 신부의 일화이다. 신부님으로서 매일 먹고 마시는 성체와 성혈이 과연 진실일까 하는 의구심에 사로잡혀 로마에 성지순례에 나섰고, 볼세냐라는곳을 지나던 중, 한 성당에 들러 미사를 봉헌했고, 성체를 쪼갤 때, 피가 뚝뚝 떨어져 성체 포로 흘러내렸다는 이야기이다. 그 성체포가 오르비에토 성당에 모셔지게 되었다고 한다. 성당이 정말 멋있었고 웅장했다.
꽤나 열심히 찍었는데 숙소로 돌아와 확인했을 때, 성당이 모두 사진에 담기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갤럭시 S22 울트라의 카메라 성능에 꽤나 만족했다. 일 시작하고 여유자금이 생기면, 이번에 발매된 iPhone 14 Pro Max를 구입해서 비교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아주 크게 타올랐다. 다음번 여행에는 꼭 갤럭시와 아이폰 최상위 모델과 함께할 수 있기를.점심은 오르비에토 작은 골목에 있는 Caverna라는 식당에서 먹었는데, 파스타와 닭고기, 그리고 야채를 먹었다. 파스타가 짜지 않아서 좋았다. 여행 기간 동안, 다양한 파스타 면 종류가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넓적하고 납작한 링귀니(Linguine)나 페투치니(Fettuccine)를 좋아하고, 그 면이 없다면 스파게티(Spaghetti)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 식당에서는 원통형 모양의 펜네(Penne) 면이 나왔다. 한 번도 시켜먹거나 사 먹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시도해봤고, 식감이 생각보다 쫄깃하고 씹히는 감각도 재미있었다. 앞으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을 기회가 있다면, 펜네 면도 가끔 사서 해볼 듯하다. 화이트 와인, 맥주와 곁들여서 먹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물 이외의 음료는 따로 추가 계산해서 마실 수 있었다. 기억으로는 한잔당 4-6유로 정도.
점심을 먹고 트램을 타고 오르비에토가 위치한 곳에서 한참 아래에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트램에서 한 이탈리아 가족을 만났는데, 짧은 시간 동안 그동안 공부했던 여행용 이탈리어로 자기소개와 간단한 인사를 했고, 잘못된 억양이나 발음을 고쳐주며, 아주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다. 북부지방에서 살고 계시는데, 5명 아이들과 함께 여행 중이라고 하셨다. 이때부터 느꼈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내가 이탈리어를 할 때, 잘못된 것이 있으면 친절하게 고쳐주었다. 젤라또 가게, 오르비에토의 작은 가게 주인, 휴게소 직원부터 호텔 직원까지, 잘못된 단어나 발음을 반드시 고쳐주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일주일 동안 여행 목표였던 '100마디 이탈리어 말하기'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 체감상 1000번 이상 사용한 것 같다.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을 0.5유로를 내고 이용하고, 그 옆에 딸려있는 작은 가게에서 껌을 샀는데 자일리톨과 비슷한데 물이 금방 빠졌다. 주인아저씨에게 가장 무난한 맛으로 추천받았는데, 입가심용으로 좋았다. 이때 처음으로 '가게에서 물건 사기' 이탈리아어를 사용했는데, 내가 이탈리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신 일행분들이 통역을 부탁해 여행 중간중간 총 15명의 패키지 일행분들이 가게에 함께 있을 때, 소통에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조금씩 도움을 드리곤 했다. 고맙다며 내가 좋아하는 마이구미를 주셨다.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안녕하세요?
Buongiorno
본죠르노 - 오전
buonasera
부오나세라 - 오후
계산은 뭘로 하시겠어요?
Con che cosa pagate?
콘 케 꼬자, 파가떼?
현금으로 할게요. 총 얼마인가요?
pago con i contanti. Quant’è?
파고 콘 이 콘탄띠. 콴떼?
여기 20유로 있어요.
Eccolo, venti euro
에콜로, 벤티 에우로
감사합니다.
Grazie
그라찌에
안녕히 계세요(안녕히 가세요), 또 봅시다.Arrivederci
아리베 데르치
이후 차로 약 3시간을 달려 피사에 도착했다. 바로 피사의 사탑을 보기 위해서이다. 피렌체 쪽으로 쭉 올라가서 서부 쪽으로 이동하면 피사에 도착한다. 피사의 사탑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환경에서 얼마나 기울어져있을지 정말 궁금했었다. 중세시기, 도시국가 체제였던 이탈리아에서, 피사는 해양도시 국가로 군사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강력했지만, 피렌체에 정복된 이후 소박한 도시로 변했다고 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고향이기도 하고, 그가 무거운 추와 가벼운 추를 자유낙하시키는 등가속도 운동법칙 실험을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실제로는 이 실험을 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 스승의 업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자였던 비비아니가 만들어낸 이야기라고.실제로 마주한 피사는 정말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이 피사의 사탑은 8층이고, 5.5도 정도 기울어져있다고 한다. 1173년부터 200년 동안 공사를 했다고 한다. 피사 지역의 지반이 튼튼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인데, 여러 차례 무너지기 직전의 상황까지 갔었고, 수많은 시도 끝에 기울어짐이 멈춘 상태라고 한다. 게다가 지난 20년 동안 4cm 정도 바로 섰다고도 한다.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는 피사가 기울어지지 않는 것은 연약지반 때문이라고 한다. 탑을 기울게 했던 원인이, 지진에서 지켜주는 보호자가 되어주다니!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피사의 사탑 바로 옆에는 성당과 세례당이 있다. 피사의 사탑의 유명세에 가려져있지만, 피사 두오모 성당은 무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고 한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되어있는데, 건축학적으로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고딕 양식의 성당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다른 외관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성당 안쪽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관광객답게 피사의 사탑을 밀고 업고 껴안는 사진을 충분히 찍었다.피렌체 두오모를 연상하게 하는 세례당과 피사의 사탑 옆에 자리한 피사 두오모 성당
정원 바깥쪽에 피사 관련된 기념품을 사는 상인들이 많이 있었고, 동생과 함께 피사 티셔츠를 한 장씩 샀다. 원래 장당 10유로를 불렀지만, 흥정을 통해 2장을 10유로에 살 수 있었다. 자석도 하나 서비스로 받았다. 피사 지역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 Hotel Pisa Tower Plaza는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좋았고 깨끗했다. 한화로 1박에 12-15만 원 정도.
오랜만에 여행했던 느낌을 잔뜩 담아 매일 한편씩 데일리 뮤비를 만들었다. 음악 선곡은 그날그날의 분위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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